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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g.ON 2009/12/27 19:45
블로그가 넘쳐납니다.

연예뉴스가 뜨기도 전에 방송에 나온 이슈들에 대한 블로거들의 생각과 의견들이 먼저 쏟아져 나옵니다. 예전에는 방송 -> 뉴스 -> 기사 -> 검색어 -> 블로그 식의 순으로 나타나던 이슈순환과정이 아예 뒤바뀌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고, 또 그보다 더 많은 블로그들이 있고, 수천 수만배의 포스팅들이 하루에도 업로드 되고 있습니다.


이런 무수한 포스팅들의 제목에서 가장 많이 본 단어가 무엇인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한 수치는 아니지만 "누가 무엇무엇 한 이유"라는 식의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연말 시상식이 벌어진다고 칩시다. 분명하게도 "대상을 받은 누구누구보다 상을 받지 못한 누구누구가 더 빛난 이유"라는 식의 포스팅이 무수히 올라 올겁니다. (이건 뭐 매년 있는 일이니까 말이죠). 과연 한 글빨하는 블로거들이 이런 제목류의 포스팅을 자주 올리게 되는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남들 "이유"에는 악플, 돌아서서 "카피"

사실 이 "~이유"식의 제목과 기사는 주로 (문화)평론가들이 많이 써먹던 방법입니다. 방송은 대중에게 전달되어지는 일대다,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획일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간혹 그 방송 컨텐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함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내 사라지게 되죠. 여기서 평론가들이 나서는 이유가 됩니다. 시청자들이 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간, 혹은 획일적으로 이해한 내용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은 속내를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힌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아이러니한 것은 나름 평론을 하기위한 기본기가 갖추어졌다고 생각되는 평론가들이 써놓은 "~한 이유"에 대해서는 "니가 뭘 안다고 ~한 이유식으로 글을 닿으냐"하며 수많은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이 자신의 포스팅에 버젓이 그들이 사용했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제목을 통해 자신의 포스팅의 정당성을 강화받고 싶어하는 블로거들의 이중적인 마인드가 표현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한 이유"라고 제목을 달면 우선 제목만 보았을 때 네티즌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거야?" 혹은 "이 블로거는 뭔가 알고 있나봐" 등입니다. 하지만 막상 해당 포스트를 읽어보면 블로거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거나 감정표출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속된 말로 "낚이는" 겁니다.

결국 카더라 통신의 또다른 버전에 지나지 않는 이런 포스팅들. 그런 포스팅일 수록 보다 자극적인 제목이 필요하고 자극적임과 동시에 이야기 자체에 담을 수 없는 신뢰성을 제목에서 부여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런 블로거들이 찾아낸 방법이 바로 "~가 ~한 이유"가 되겠지요. 평론가들의 (가끔 주관이 섞인,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이유"들에는 무조건적으로 반항(?)의 표하면서도 자신이 평론가의 입장에 서게되면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우리 블로거들의 모습.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 싶습니다.

자극적인 제목들, 그렇게 좋으세요?

물론 "~가 ~한 이유"류의 포스팅들이 모두 낚시성, 일회성, 자극적 포스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제목이 "~가 ~한 이유"밖에 될 수 없는 포스팅들이 많이 존재하니까 말이죠. 예를 들어, "담배를 최대한 빨리 끊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조목조목 그 이유를 설명하는 포스팅은 그런 제목을 선택해야할 정당성이 있는거죠. 제가 말하는 문제성 포스팅은 가령 예를 들자면, <모연기자가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을 가진 포스트가 있다고 봅시다. 제목에서 어떤 내용이 연상되시나요? 분명 해당연기자의 연기력이라든가 그의 노력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종합적인 결론으로 이 연기자는 무엇무엇이 부족해서 진정한 배우가 되려면 무엇무엇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와야겠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어제 나온 드라마에서 어떤 한부분이 너무 어색했다, 그래서 이 연기자는 실력이 부족해서 "결코" 제대로된 배우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희한한 논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제 메이저 언론들도 이런 블로거들의 행태를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기사 목록에서도 "누가 무엇한 이유"라는 식의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제대로 기자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이제 블로거들이 써먹는 방법을 따라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블로그도 하나의 언론이고 권력입니다.

무한한 인터넷의 공간에 한 자리를 차고 권력을 행사하기란 참으로 쉽습니다. 누구나 악의를 가지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이슈화 할 수 있는 권력이 바로 우리 열 손가락에 부여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블로거들이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우리는 이미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낚시성 기사를 접합니다. 그런 경우 인터넷매체 기사가 다 그렇지 하면서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죠. 그리고 객관적인 비판을 댓글로 남기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 블로거들에게도 꽤 상당한 견제용 권력이 부여되어 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권력은 "부리"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권력을 부리는 자들을 견제하고, 획일화되기 쉬운 그들의 의견에 보다 다양한 색깔을 입혀주라고 부여된 것이 아닐까요?

언론이 발전하려면 그만큼의 견제세력이 필요합니다. 견제세력의 의견에 대해서 언론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알게모르게 아주 작은 변화는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야말로 블로그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즈음 입니다. "누구나" 스스로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즉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정말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우리가 그간 견제하던 메이저 언론들 못지 않게 남용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 말이죠.

오늘도 포스팅하시나요? 혹 제목에 아무 "이유"없이 "~한 이유"라는 단어가 들어가있지 않은지, 자신도 모르는 "이유"가 그 포스팅의 주제로 사용되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열손가락에서 나오는 그 포스팅이 이 세상을 흔들어놓을 만한 힘을 가졌으니까요.


ps)
혹 본인의 블로그에 "~한 이유"라는 포스팅이 있다고 발끈하시는 분들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대다수의 블로거 여러분들이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타당한 포스팅을 올려주고 계십니다. 그저 소수 존재하는 일부 자극적이고 낚시성 포스팅으로 일관하는 블로거 분들에게 전하는 쪽지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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